원더풀스, 세기말 감성으로 돌아온 어설픈 히어로들의 이야기
2026년 5월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원더풀스'는 공개 3일 만에 조회수 270만 회를 넘기며 국내 넷플릭스 톱10 1위에 오른 화제작이다. 배경은 1999년 말,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Y2K 공포와 종말론이 세상을 뒤덮던 시절이다. 가상의 도시 해성시를 무대로, 평범하다 못해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동네 사람들이 우연한 사고로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을 그린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이름을 알린 유인식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고, 실제로 공개 이후 국내는 물론 홍콩, 인도, 필리핀, 멕시코 등 25개국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흥행에도 성공했다. 제목 '원더풀스'는 훌륭하다는 뜻의 '원더풀'과 발음이 비슷한 '원더 풀스', 즉 놀라운 바보들이라는 말을 살짝 비튼 언어유희에서 나왔다. 이 제목처럼 극 중 주인공들도 처음부터 대단한 능력자가 아니라, 얼렁뚱땅 사고를 치다가 힘을 얻게 된 동네 허당들이다. SF와 코미디, 액션과 모험이 뒤섞인 장르지만 무겁지 않고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래에서는 주요 등장인물과 줄거리, 그리고 실제로 보고 난 뒤의 개인적인 감상을 순서대로 정리해본다.
등장인물 이야기
은채니 – 시한부 인생에 순간이동 능력을 얻다
주인공 은채니는 스물일곱 살로,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좋지 않아 언제 갑자기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처지다. 성격은 상당히 까칠하고 다혈질인데, 몸이 아프다 보니 매사에 냉소적으로 변한 것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채니는 죽기 전에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이 유일한 꿈이지만, 부유하지만 지나치게 과보호하는 할머니 김전복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우연한 사고로 폐수 웅덩이에 빠지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심장이 빠르게 뛸 때마다 자신이 생각한 곳으로 순간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다만 이 능력에는 재미있는 제약이 하나 붙는데, 이동할 때 몸에 닿아 있던 물건은 함께 옮길 수 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버린다는 점이다. 이 설정 덕분에 극 중에서는 크고 작은 해프닝이 끊이지 않는다. 배우 박은빈이 맡은 이 캐릭터는 아프면서도 씩씩하고, 할머니의 돈을 뜯어내기 위해 스스로 납치극을 꾸미는 대담함까지 보여주면서 극 전체를 이끄는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아픈 인물이지만 신파로 흐르지 않고 특유의 유머와 생활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운정 – 서울에서 온 무심한 초능력 공무원
차은우가 연기한 이운정은 해성시에 특채로 발령받은 공무원이다. 서울 출신이라 그런지 시골 마을인 해성시 사람들과는 어딘가 결이 다르고, 사회성이 살짝 부족한 듯 무심한 태도로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세상만사 귀찮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썩 내키진 않지만 내 편"이라는 식으로 은근히 챙겨주는 반전 매력도 지니고 있다.
이운정은 염력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자로, 손을 대지 않고도 물건을 움직이거나 다룰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극 중 다른 인물들이 다소 엉성하고 실수투성이인 것과 비교하면, 이운정은 비교적 침착하고 이성적인 축에 속하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인물을 향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편인데, 설정만 놓고 보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순간에 터뜨려야 할 감정 표현이 다소 밋밋하게 흘러가는 장면이 여러 차례 눈에 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심한 듯 던지는 대사와 특유의 분위기는 극에 색다른 리듬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다른 인물들과의 케미스트리를 통해 점점 팀의 일원으로 녹아드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손경훈과 강로빈 – 하자 있는 능력으로 웃음을 책임지다
손경훈은 시청에 끊임없이 사소한 민원을 넣는 것으로 동네에서 악명이 자자한 인물이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는 남들에게 말 못 할 재미있는 능력이 생기는데, 거짓말을 하면 몸이 주변 사물에 쩍쩍 달라붙어 버리는 것이다. 이른바 끈끈이 능력이라 부를 만한 이 설정은 자칫 유치한 몸개그로 그칠 수도 있었지만, 배우 최대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이를 훌륭하게 살려내면서 극에서 가장 큰 웃음을 책임지는 장치로 자리 잡았다. 함께 다니는 강로빈은 동네에서 늘 만만하게 취급받는 지나치게 소심한 남자로, 임성재가 맡아 특유의 생활 밀착형 연기를 선보인다. 두 사람은 대본만 놓고 보면 다소 뻔하고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말장난과 상황극을 배우들의 호흡과 표정 연기로 자연스럽게 살려내며, 이 작품이 코미디로서 확실하게 기능하도록 만드는 일등 공신 역할을 한다. 실제로 많은 시청 후기에서도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를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즐길 거리로 꼽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서로 다른 성격이지만 함께 사건에 휘말리면서 점점 끈끈한 우정을 쌓아가고, 어설프고 부족한 초능력자들이지만 결국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감동까지 이끌어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원도와 개조 인간들 – 이야기를 뒤흔드는 빌런 세력
손현주가 연기한 하원도는 극의 갈등을 이끄는 핵심 인물로, 원도라는 이름의 세력을 이끌며 해성시에 위협을 가하는 존재다. 그의 곁에는 개조 인간으로 불리는 세 사람, 김팔호와 석주란, 석호란이 하수인처럼 따라다니며 사건을 복잡하게 만든다. 손현주는 그동안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단순한 악역에 머무르지 않고 서사에 깊이를 더하는 인물로 하원도를 완성해낸다. 극 중에서는 어떤 아이의 심장을 노리는 듯한 전개가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자아내고, 이야기 후반부에는 화학물질을 살포하려는 계획까지 등장하며 스케일이 점점 커진다. 코믹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 작품이지만, 하원도와 개조 인간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확실히 톤이 달라지면서 긴장감 있는 액션과 서스펜스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이런 완급 조절 덕분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계속 웃기만 하다가 지루해질 틈 없이, 진지한 전개와 유쾌한 전개를 오가며 몰입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채니와 운정, 경훈과 로빈이 힘을 합쳐 이들에 맞서는 과정이 극 후반부의 핵심 줄기를 이루게 된다.
스토리 줄거리
이야기는 1999년 말,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세상 곳곳에서 종말론적인 소문이 떠돌던 시절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가상의 도시 해성시에는 사회적으로 조금씩 겉도는 세 사람, 은채니와 손경훈, 강로빈이 살고 있다. 이들은 딱히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평범한 동네 사람들이었지만, 우연한 사고로 폐수가 고인 웅덩이에 빠지게 되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그 사고를 계기로 세 사람 모두 예상치 못한 초능력을 얻게 되는데, 채니는 순간이동, 경훈은 거짓말을 하면 몸이 사물에 달라붙는 능력, 로빈 역시 남다른 힘을 갖게 된다.
심장병으로 시한부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던 채니는 죽기 전에 꼭 세계 일주를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지만, 부유하고 과보호가 심한 할머니 김전복이 이를 막고 있었다. 결국 채니는 경훈, 로빈과 함께 할머니로부터 몸값을 뜯어내기 위한 자작 납치극을 계획하게 되고, 이 무모한 계획이 이야기 초반부의 중요한 사건으로 자리 잡는다. 한편 서울에서 해성시로 특채 발령을 받은 공무원 이운정 역시 비슷한 시기에 염력이라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이들과 얽히기 시작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들 앞에는 원도라는 인물이 이끄는 세력과 개조 인간들이 등장하며 해성시를 위협하는 더 큰 사건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각자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던 이 어설픈 사람들은, 사건을 함께 겪으며 점점 하나의 팀으로 뭉치게 되고, 결국 세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싸우는 히어로 아닌 히어로로 성장해나간다. 전반부에는 개개인의 능력과 일상적인 소동을 다루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흘러가다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하원도 세력과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이야기가 하나로 모이는 구조를 보여준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들의 우정과 팀워크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되고, 다소 부족해 보였던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며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몰입감 있게 그려진다.
원더풀스 총평
'원더풀스'를 보고 난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뻔한 설정인데도 웃음과 감동을 놓치지 않는 잘 만든 오락물이라는 것이다. 초능력을 얻은 동네 사람들이 빌런에 맞선다는 큰 틀만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구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세기말이라는 독특한 시대적 배경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만나면서 신선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특히 최대훈과 임성재 두 배우의 존재감이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 대본만 놓고 보면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도,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호흡과 생활 밀착형 연기 덕분에 전혀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다.
이 작품이 코미디 장르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두 사람의 공이 크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반면 이운정을 연기한 차은우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편이다. 캐릭터 자체는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대사나 염력이라는 설정 덕분에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지만, 정작 감정을 크게 터뜨려야 하는 장면에서는 힘이 실리지 못하고 밋밋하게 지나가는 경우가 여러 번 눈에 띄었다. 또한 장면과 장면 사이 연결에서 배우들의 동작이나 제스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부분도 종종 보여서, 완성도 면에서 조금 더 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초반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이야기가 중반 이후 하나로 모이면서 강한 추진력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팀원들 사이의 우애와 서사의 힘이 후반부의 몰입감을 크게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줄 만하다. 세기말 감성을 살린 미장센과 향수를 자극하는 소품들, 그리고 부족한 듯하면서도 결국 세상을 구해내는 캐릭터들의 사랑스러운 매력까지 더해지면서,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가 어느새 몰입하게 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오락물을 찾는다면 충분히 추천할 만한 드라마다.